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은 일부러 고기를 좀 묵혔다가 먹었다. 훨씬 나중에 등장한 현대의 아메리카인디언, 애버리지니, 시베리아 사냥꾼들도 이러한 노하우를 실천했다. 강한 맛을 추구하는 인간의 식습관이다.
미국인들이 질겁하는 에푸아스 치즈, 푸른 곰팡이가 그대로 보이는 로크포르 치즈 냄새나 오래 삭힌 고기 냄새나 오십보백보다. 발효 식품에는 실제로 기분을 좋게 하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 점이 발효 식품의 발달을 설명해주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곳곳에서는 육류를 삭혀서 먹는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만단족은 20세기 초까지도 강물이 많이 불어날 때면 물에 빠져 죽은 들소 사체를 구하러 갔다. 이들은 사냥해서 얻은 신선한 들소 고기보다 이 고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사체을 구하기 힘든 다른 계절에는 신선한 고기를 매달아 놓고 일부러 반쯤 섞을 때까지 내버려둔다.
고깃덩어리 근처를 지나갈 때 가스 빠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잘 삭으면 애버리지니들은 비로소 고기를 내리고 흐르는 물에 이틀간 담가두었다. 그 후 고기를 잎으로 싸서 흙화덕에서 구워내면 기막힌 진미가 된다고 한다. 이소벨 화이트(민족학자들의 요리)라는 책에서 이 일화를 소개한다.
19세기 초의 탐험가 존 던다스 코크란은 시베리아의 야쿠트족이 심하게 ‘상한’ 순록 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전한다. 카메룬 북부 지방에서는 지금도 고기를 나뭇가지에 얹어놓고 오래오래 말린다. 고기가 부패상태까지 가면 각종 허브와 향신료, 빻아서 가루로 만든 빈대 등을 넣고 짭짤한 소스를 만든다.
시베리아의 축치족도 소비에트연방으로 편입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음식을 먹었다. 순록 피를 가죽 부대에 넣고 발효시킨 후 여기에 입술, 콩팥, 허파, 간 , 정맥, 힘줄, 귀, 봄에 새로 난 어린 뿔, 심지어 불에 구운 발굽까지 집어 넣는다.
그 다음에 가죽 부대를 꿰매고 2주에서 한 달 정도 햇볕 아래 둔다. 이것이 축치족이 순록 축제 때 먹는 별미였다. 안타깝게도 이 음식은 소련 의사들이 브루셀라균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 사냥해서 잡은 고기는 숙성 여부와 관계없이 브루셀라균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